그래서, 내 생각에 나는 마침내 상파울로의 다른 부분으로 가 직접 체험하기 직전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날 무시하려 했었다. 그들은 싫은 기억을 부자들처럼 칵테일과 헬리콥터, 파티, 주먹질로 잊어버리려 했다. 나는 몇년만에 금주를 했는데, 알고 보니 대자연이 숙취에 시달리게 하고 있었다.
- 쳅터7 '대자연으로부터 온 숙취' 중에서 맥스 페인의 독백 -
고통과 고난은 끝나지 않은 것일까? 사람은 가끔 힘들고 괴로울 때 폭음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다음 날 미칠듯한 두통을 맞아들이며 후회한다. 게임 속 주인공들 중에 가장 자신과 어울리는 이름을 하고 있는 이 남자는 술에 진통제까지 복용하면서 인생의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아마 이 쌍권총을 든 음유시인이 견디어 내야 하는 고통과 고난은 술과 진통제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블라디미르에 대한 살해, 모나 색스와의 공모로 경찰에서 해고 당한 맥스 페인은 항상 술을 마시는 바에서 경찰학교의 동기 라울 파소스를 만나게 된다. 갱단 보스의 아들을 살해하고 곤란한 상황에 처한 맥스 페인에게 라울은 남미에서의 경호원일을 제안한다.
그를 따라 브라질로 간 맥스 페인은 엄청난 부호 브랑코 가족의 사설 경호를 맞게 된다. 돈 많은 사업가인 첫째 로드리고 브랑코와 그의 트로피 와이프 파비아나 브랑코 그리고 정치가인 둘째 빅터 브랑코와 유럽식 교육을 받고 코카인에 중독된 리키마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셋째 마르첼로 브랑코, 이들 옆에서 맥스 페인은 가난을 안주 삼아 팬트하우스 칵테일 파티를 즐기는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의 고통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스카치와 담배, 진통제로 얼룩진 그의 육신은 로드리고 프랑코의 트로피 와이프가 납치되면서 다시 고통 속으로 던져진다.
맥스 페인… 이 시리즈의 신작이 나온다는 것에 많은 게이머들은 전작의 장점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느꼈을 것이다. 사실 이미 1편에 모든 것을 완성하여 그 특유의 몰입감을 선보인 이 시리즈의 시스템은 더할 것이 있더라도 뺄 것은 없는 완벽에 가까운 상태였다. 내가 맥스 페인의 신작에 대해 느낀 감정은 그가 마주쳐야 할 비극에 대한 의문이었다. 가족을 잃고 우정과 사랑에 배신당한 불운과 천운의 사이를 오고 가는 그는 또 어떤 비극과 마주해야 하는 것일까? 결국 이 게임의 신작은 주인공을 또 한번 학대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맥스 페인3>는 또 한번 압도적인 비쥬얼을 보여준다. 남미의 빈민가를 비추는 장면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벽의 낙서와 뭐라 알 수 없는 간판으로 뒤 덥힌 폐허의 풍경, 명불허전 락스타의 저력을 보여준다. 컷씬에서는 등장인물들의 대사의 중요한 키워드를 전면에 자막으로 보여주는 연출방식을 보여주는데, 이는 유사한 배경과 납치라는 같은 사건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 <맨 온 파이어>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영상의 질에 대해서 감탄하면서 우리는 무언가가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임의 초반, 폐인처럼 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그의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갑자기 한 공항의 총격전의 현장에서 만신창이가 된 적에게 걸어가는 장면으로 전환되는 컷씬을 보면 전작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전작에서 <맥스 페인>시리즈는 이야기의 종반부 혹은 후반부의 사건에서 시작하여 다시 처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이번에는 맥스 페인의 회상장면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고 있었다.
전편의 장점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이 스토리텔링은 조금 유감스럽다. 1편과 2편에서 보여준 그래픽 노블을 통한 스토리 연출은 책장을 넘기면서 스토리에 대한 효과적인 몰입감을 이끌어내는 스토리텔링이었다. 또한 맥스 페인이 환각 혹은 꿈속을 헤매면서 보는 악몽들은 그의 인간적인 혹은 내면적 고뇌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휴식과도 같은 스테이지였다.
<맥스 페인3>는 더 이상 이 시리즈만의 색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픽 노블의 여운은 사라지고 차가운 컷씬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물론 락스타의 컷씬 연출은 연륜이 느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극상의 연출력을 보여준다. 성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실제 배우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면서 그 영상 자체의 가치를 부정할 수 는 없다. 이 영상들은 게임의 스토리의 전개를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과정이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방식이 매우 구식이라는 점이다. 영화 같은 게임 혹은 영화 같은 컷신은 더 이상 장점이 아닌 단점이다. 영상의 색조 변화나 자막 등 많은 효과들은 나의 눈을 고통 받게 한다. 게임을 하기 위해 게임을 구입한 유저가 패드를 잡고 스킵도 할 수 없는 영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가끔 스포츠 경기 시작 전 협찬사들의 광고를 보는 것처럼 지루하게 느껴진다.
지루한 컷씬이 끝나고 돌입한 본편의 게임은 패드를 놓치 못하게 만든다. 이는 <맥스 페인3>에는 쉬는 시간이라는 게 없다. 세이브 포인트 후 바로 전투가 시작되는 이 흐름에서 플레이어는 쉴 장소를 찾지 못하게 된다. 게임에서 휴식시간이란 잠시 게임기의 전원을 끄는 것이 아닌, 게임 속에서 잠시 무언가를 정리하게 만드는 과정인데, <맥스 페인3>는 이런 완급 조절에서 실패하고 있다. 세이프 포인트를 지나고 몇 걸음만 움직이면 적들은 쉬지 않고 튀어나온다. 맥스 페인은 콜레스트롤 보다 더 많은 경찰을 죽인다. 대체 이 게임에 등장하는 범죄조직들은 맥스 페인 한 명을 죽이기 위해 몇 명의 조직원을 갈아 넣는 것인가?
선형적 게임의 스토리텔링에서 몰입에 단계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우선 주인공의 내면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 과정을 돕는 시리즈 특유의 색이 사라지면서 <맥스 페인3>은 시리즈의 본질과는 다른 피곤한 속편이 되었다. 오히려 슛 닷지와 블렛타임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전작의 명성을 스쳐 지나간 다른 평범한 클레식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사실 생각해보면 <맥스 페인3>는 나에게 오랜만에 TPS를 체험하게 해준 게임이었다. 난 조작의 어려움 같은 건 무시하려 했었다. 난 이 게임이 가진 안 좋은 의미에서의 클레식함을 사실적인 디테일과 연출을 통해 잊어버리려 했다. 나는 몇 년 만에 나온 맥스 페인의 속편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 클레식함이 숙취에 시달리게 하고 있었다.
전편과 이번의 3편 사이에는 수많은 게임들이 출시되었으며, 그 트랜드에도 변화가 있었다. <맥스 페인3>는 냉정히 말하면 그 변화 혹은 진화에 들어가지는 못한 게임이다. 10년 전의 게임성이 극상의 그래픽과 연출력으로 포장된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 즉 <맥스 페인3>는 성공적인 트롤로지를 마무리 하지는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게임을 구입한 게이머들이 지갑을 잘못 열었다고 비웃는 것은 아니다. TPS로서의 시스템은 큰 완성도를 지니고 있으며, ‘라스트맨 스탠딩’ 시스템을 비롯하여 자연스럽게 스타일리쉬한 시각적 쾌락을 이끌어내는 자연스러움은 여전하다. 맥스 페인은 남미로 배경을 옮겨도 여전히 맥스 페인이다. 인생의 비극을 마주치고 시니컬한 사고방식으로 무장한 그는 여전히 한편의 시와 같은 독백으로 우리에게 희노애락을 느끼게 한다.
멍청한 미국인이 임질보다 환영 받지 못하는 장소에 있는 멍청한 미국인에게 친절한 외국어는 들려오지 않는다. 정치세력과 장기밀매의 음모는 사실 그렇게 큰 비극이 아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내가 이 게임을 하면서 맥스 페인이 전편보다는 조금 편해 보였다는 것이다.
미국인의 체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장소에서 고생하고 이리 저리 구른다고 해도 이번 작의 악당들은 맥스 페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즉 맥스 페인과 같이 비극의 시간을 통과한 현인에게 있어서 그들은 애송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3편에서 이렇다 할 강렬한 의미의 비극은 느껴지지 않는다. 고통과 고난은 있지만, 장기밀매와 납치에 대한 음모는 특별한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우리에게는 힘들었을 지는 몰라도 맥스 페인이라는 고통의 신에게는 충분이 이겨낼 수 있는 시련이었다.
모든 음모의 원흉을 잡아낸 맥스 페인은 일주일 후 한 노상의 매점에서 그에 대한 뉴스를 본다. 티비를 바라보면서 맥주를 한잔 들이키는 맥스 페인은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당장 냉장고에서 생맥주 한잔을 가져오자! 이 쌍권총을 든 음유시인은 아픔을 넘어 고통의 신이 되었다. (GOD PAIN) 이제 그가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네크로모프나, 좀비와 맞서 싸워도 이길 것 같지 않은가? 기나긴 고통과 고난의 세월을 지나온 그를 위해 건배하자, 이제 이 불운한 전직 경찰도 쉴 시간이 왔다. 비극도 없다. 극한의 고통도 없다. 인생의 비극을 이겨낸 한 인간은 우리에게 '남미로 여행가면 돈부터 장기까지 다 털릴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영원한 안식을 보내야 될 것 같다.
PS.1 <맥스 페인3>를 하면서도 밖에서는 안드로이드로 이식된 <맥스 페인1>을 다시 플레이 했다. <맥스 페인>시리즈는 즐긴 것보다. 추억한 시간이 더 길었던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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