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S 게임

<데드 스페이스 2> : 아이작은 죽지 않는다

WONO.ONE 2013. 1. 29. 18:44

아이작 조심해요!! 스포일러가 있어요!!

 

 호러게임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일반세상에서 1억광년은 떨어진 곳에서 괴물들이 !지옥에 어서오세요! 라고 말하며 아가리를 벌리고 반겨준다. 탄약과 회복아이템도 모든 것이 부족하다. 세이브 포인트가 자유로울 리 없기 때문에 괜한 노파심 때문에 자주 그 주변을 서성거리게 된다. (한 놈 죽이고 세이브 하고 열쇠 줍고 세이브 하고 문 열고 세이브 하고) 유저를 위한 모든 것은 호러게임의 장점인 공포를 완화시킨 다는 점에서 함부로 배치할 수 없다. 호러게임 속에서 이 재미와 공포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 호러게임을 무섭지 않게 즐기는 방법을 묻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이건 정말 의미 없는 질문이다. 호러가 없다는 것 자체가 호러게임으로서의 완성도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러게임은 결국 공포가 완화되기 마련이다. 게이머가 튜토리얼을 끝내고 중간보스를 잡으면, 슬슬 게임에 익숙해진다. 이 때 부터 좀비, 뱀파이어, 유령과 같은 호러게임의 대표적인 마스코트는 게이머의 사냥감으로 전락한다. 죽음과 섹스는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다. 호러게임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페티쉬를 담고 있다. 그 충격이 익숙해지면 역치는 상승하고 관객은 죽음의 공포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 호러게임이 플레이어가 원하는 죽음에 대한 페티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순간 다른 그 무언가를 통해 게이머에게 서늘함을 전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데드 스페이스2>의 공포가 완화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전편의 이시무라 호는 좁은 공간으로 인한 폐쇄공포증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2편의 배경이 되는 스프로울은 크고 웅장하다. 일반시민들이 거주하는 도시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때로는 밝은 느낌도 준다. 그리고 1편을 해본 플레이어라면 슬슬 네크로모프에 면역히 생길 때도 되었다. 그렇다면 <데드 스페이스2>는 호러게임으로서 실패작인 것일까?

아이작! 아이작! 어서 일어나요! 어서 일어나요!! 빨리 도망쳐야 해요!!
억!!! 어 옹 오 오 오 오 오 오 어 어 어 어 어 어~~~
우우우우우우오아와와와 에!!!! 쿠에!!!

 

 이 질문의 대답을 찾기 위해 우선 아이작 클라크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선 게임 속에서 주인공이 이름과 인격과 대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몰입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 몰입을 위해 이 모든 것을 박탈해 버리는 게임이 있다. (특히 커스터마이징이 강조되는 RPG 게임) 이는 게임 속에서 주인공이 마주치는 모든 사건사고에 대한 감정을 게이머에게 이전시키기 위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데드 스페이스>에서 대사와 인격을 박탈당한 아이작은 음모에 희생되기 위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전편에서 이지스7을 탈출한 아이작은 레드 마커를 통한 디멘시아 현상으로 자살한 여자친구 니콜 브래넌의 끔찍한 환영까지 보게 된다. 우주를 표류하던 그는 구조되지만 반쯤 미쳐버린 그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지구정부에 의해 우주언덕 위의 하얀 집에 감금된다. 3년 내내 정신줄을 잡지 못한 아이작은 한 남자에게 구출되지만 그는 몰래 다가온 인펙터에게 슬래셔가 되어 버리고 만다. 아이작은 반사적으로 박치기를 날리고 도주한다.

 2편에서 아이작의 심정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WHY DOESN'T ANYBODY LEAVE ME ALONE!!!" 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네크로모프에게 공격당하고 지구정부(씹새)와 유니톨로지(개독)의 표적이 되어 수십 번 죽을 고비를 넘긴다. (이제 가장 인생이 불쌍한 게임 캐릭터 1위에 랭크되는 것만 남았다) 하지만 그 만큼 아이작도 이전보다 많이 독해졌다. 

아이작! 그러지 말아요!! 같아 가요!! 안돼 나만 보내지 말란 말이에요 같이 살자구요!! 아이작 아이작!!

 

 2편에서 아이작에게 명령을 내릴 사람은 없다. 물론 협조자가 있을 지라도 살기 위해서, <데스 스페이스2>의 아이작 클라크는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전편에는 비명 소리 이외에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었던 인간이 “I'm not running anymore. I know what I have to do”이라고 외치면서 정말 자신의 의지를 통해 선택을 하게 된다. 협력자 엘리와 정부 구역까지 돌입하여 건쉽을 발견하지만, 아이작은 강제로 엘리를 탈출시킨다. 마커를 파괴하기 직전 자신의 사명을 깨닫고, 같이 가자고 애원하는 엘리를 탈출시키는 그의 모습에서는 자신의 선택으로 순교를 향해 걸어가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최후의 결전으로 향하는 그의 모습은 아이작이라는 인물이 대사를 하기 시작하면서 뚜렷한 캐릭터를 갖추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플레이어가 네크로모프와의 전투에 익숙해지고 공포보다 스릴을 느끼는 단계가 되었을 때, 아이작은 스스로 마커를 둘러싼 모든 것과 싸워나가야 하는 집념과 근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즉 <데드 스페이스2>의 공포도의 완화는 단점이라기보다, 본 게임이 가진 설정과 스토리의 진행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누군가의 명령만 받는 도망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고의 스토리텔링 혹은 몰입을 위해 주인공이 이름과 인격 그리고 대사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혹은 그 모든 것을 거세해야 하는 가에 대한 질문에 있어서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는 1편과 2편을 통해 각각의 효과를 보여준 셈이 되었다. 

이거 안놔!!!

 

 물론 아이작의 관점에서 보면 절대 공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이작의 연인 니콜은 그의 권유로 (스펙쌓기) 이시무라호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결국 지옥도 속에서 스스로 자살했다. 연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반영된 디멘시아 현상으로 나타나는 니콜은 그를 스토킹하면서 또 다른 지옥도를 만들어 낸다.

 동시에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 역시 소름끼친다. 초반의 협력자 데이나를 만나러 가는 접선장소인 유니톨로지의 교회는 그녀의 배신을 암시하는 불길한 예감을 발산한다. 아이작이 정부 구역으로 이동 하던 중 지구정부의 권려자 타이드먼의 방해로 인해 길이 막혀버리자, 아이작은 중력사슬을 가동하기 위해 다시 단신으로 이시무라 호로 들어간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전편의 지옥도로 다시 들어가는 기분은 엄청난 공포를 선사했다. 특히 비닐로 보수되고 있는 이시무라호의 내부는 누군가가 이 지옥도를 은폐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암시를 준다. 예상대로 네크로모프가 튀어나오고 나는 비명을 지른다.

 누가 뭐라고 해도 <데드 스페이스2>는 여전히 무서웠다. 나는 신경질 적으로 시체를 조각내면서 더 이상 괴물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랬지만, 네크로모프는 계속 튀어 나왔다. 호러게임은 게이머가 공포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지쳐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호러게임을 무섭지 않게 즐기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그렇다고 해서 계속해서 더욱 큰 자극으로 게이머를 지속적인 공포로 몰아넣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사명을 위해 싸운 아이작처럼 게이머 역시 싸워 나가면서 공포를 이겨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 호러게임을 즐기는 방법일 것이다.

 나는 <데드 스페이스2>의 공포도가 저하에 대해 특별히 큰 불만을 느끼지 못했다. 아이작이 맞서 싸우는 자들은 결국 광기로 인류를 기만하는 자들이다. 이 자들은 미래의 SF시대가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시대에도 있다. 오히려 아이작이 그들과 싸우기 위해 독해진 것을 환영한다. 2편의 엔딩은 1편의 배드엔딩을 패러디 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아직 아이작에게는 수많은 적들이 남아있다. 그 어떤 화려한 데드신이 나와도 나는 그를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따라오지마 이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