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이머가 게임에서 엘프, 드워프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 가상의 종족이 인간과 유사한 신체를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과 전혀 다른 신체를 가진 주인공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면 어떤 느낌을 줄까?
게임 <캐리온>에서 촉수 괴물을 움직이는 방식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었으며, 오히려 재미있었다. 인간을 씹어 먹는 플레이는 괴수물의 가학적인 쾌감마저 준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을 중간중간 등장하는 퍼즐이 가로막지만, 메트로배니아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도 높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괴수로서의 학살극이 너무 짧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동시에 그만큼 이 괴물의 지능이 높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친다.
가장 아쉬운 점은 퍼즐 해결을 위한 다운그레이드였다. 보통 레벨 디자인에서는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점점 더 강한 적을 상대하고 기존의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스탯과 기술을 주기 마련인데, 몇몇 기술은 쓸모가 없으며 진행을 위해 다운그레이드해야 하는 귀찮고 불합리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세상에, 게임 중에 퍼즐 진행을 위해 다운그레이드해야 하는 플레이라니!!!
하지만 이 이름 없는 괴물로 플레이했던 전반적인 체험은 매우 즐거웠다. 의태라는 마지막 능력을 손에 넣은 괴물이 인간 세상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기나긴 여운이 남는다.
과연 이 괴물은 인간의 모습으로 의태하여 어떤 생각을 했을까? 월드 맵 시스템이 없는 이 세계관에서 이 괴물은 이런 말을 가장 많이 했을 것이다.
"아! 씨X 여긴 또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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