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S 게임

<맥스 페인> : 느와르의 옷을 입은 우울한 판타지

WONO.ONE 2012. 6. 2. 23:24

 

 수많은 게임 캐릭터들 중에서 정말 기가 막힌 작명센스를 논하자면 아마 이 불운의 사나이를 빼놓을 수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듀크 뉴켐의 이름에서 느껴지는 마초적 이미지, 크레토스의 이름에 숨겨진 힘과 권력의 상징, 단테의 이름이 가진 지옥에 을 연상시키는 이미지 등등, 그 캐릭터의 일부 혹은 전체를 상징하는 인상적인 이름은 많이 존재 했지만, 역시 맥스 페인이라는 이름을 능가할 수는 없다. 고통의 극한 이것은 말 그대로 그의 인생을 의미하는 이름이다. 실제로 그는 고통과 고난에 마주친다. 그것이 이 게임의 시작과 끝일 지도 모른다.

아내의 죽음, 모든 고통의 시작

 

 맥스 페인은 DEA(마약단속국)의 경찰이다. 3년전 NYPD 소속의 경찰이었던 시절, 그는 인생 최고의 행복을 맛보고 있었다. 여름날 막 깎은 잔디의 풋풋한 냄새와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 강가에 있는 아담한 집고 아름다운 아내 귀여운 아기, 이 모든 행복은 예상치 못한 비극 속에 산산 조각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맥스는 집에 들어온 마약중독자들을 사살한다. 그리고 그를 기다리던 것은 딸과 아내의 차가운 시체였다. 그렇게 그의 아메리칸 드림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가족을 죽인 살인자들을 중독시킨 마약 ‘발키리’ 가족의 복수를 위해 맥스 페인은 그 마약의 근원지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누가 그 마약을 만든 것일까? 가족이 죽던 날 맥스의 집으로 전화를 한 자는 누구일까?

건방진 농담, 물론 그 농담의 대가는 비싸다.

 

 게임 <맥스 페인>은 혁명적인 게임이었다. 홍콩 느와르 영화의 스타일과 ‘매트릭스’의 영향을 받은 '불렛 타임(Bullet time)과 이를 이용한 '슛-닷지(Shoot-Dodge)'라는 시스템은 지금까지의 액션게임 혹은 TPS연출의 강렬한 충격이었다. 아마 스타일리쉬를 표방하는 게임들 중에는 좋던 싫던 이 게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불렛 타임과 '슛-닷지'은 이 게임의 상징으로서 게임의 재미를 만드는 것에 매우 성공적인 시스템이었다. 단순이 시간을 느리게 하는 것이 아닌 상황을 유리한 방향으로 역전시키거나, 효과적인 헤드샷을 가능케 했다. 물론 그 순간 자체의 카타르시스는 말할 것도 없다.

 제작진들이 영화 <매트릭스>를 보고 영감을 받아 프로젝트를 수정하기 전 <맥스 페인>은 적들이 약을 먹고 거대화되는 등 비현실적인 묘사도 포함된 게임이었지만, 발매된 <맥스 페인> 비교적 현실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임이었다. 게임 중간중간의 스토리를 설명하는 그래픽 노블식의 연출과 맥스 페인의 나레이션 역시 쓸 때 없이 폼을 잡거나, 무언가를 미화하거나 과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맥스 페인>의 사실성은 ‘불렛 타임’이라는 연출을 통해 또 다른 판타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불렛 타임(Bullet time) 그리고'슛-닷지(Shoot-Dodge)'

 

 마피아라는 존재는 서브컬쳐에서 현대사회의 괴물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평범한 보통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와 분명 공존하고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규율과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며 그들로서는 당연한 행동이 곧 우리들에게는 엄청난 생명의 위혐으로 다가올 수 도 있다.

 <맥스 페인>은 매우 사실적인 게임이지만 동시에 현대사화를 배경으로 한 다크 판타지를 표현하고 있다. 발할라 프로젝트로 발키리라는 치명적인 마약을 만든 니콜 혼은 맥스페인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트린 인물이다. 그녀는 마치 모험의 동기를 마련한 판타지 속의 마왕과도 같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애미썅년

 하지만 <맥스 페인>의 세계에서는 미국 히어로이야기에서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영웅은 나오지 않는다. 블렛 타임으로 시간을 느리게 가게 하는 것도 절대 맥스 페인이 초인적인 동체시력을 가진 슈퍼맨이라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상의 설정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나를 향해 날라오는 총알이 보일 정도로 사실적인 블렛 타임 시스템은 시각적 혁명이었다. 게이머는 제작진들이 현실적으로 묘사하려고 했던 총격전을 블렛타임으로 바라본다. 일각의 시간이 순간 초현실적인 세계로 변모한다. 회전하는 총알, 쓰러지는 적들, 멈추어진 세계에 대한 순간의 묘사,  마치 한편의 비디오 아트를 보는 것 같다. 오히려 이 순간이 더더욱 사실적이다. '불렛 타임’과 '슛-닷지'는 비현실적인 것을 묘사하면서 판타지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바로 사실적인 것으로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판타지를 만드는 것이다.

추운 상황에서도 시를 쓰는 맥스 페인
간지 명대사 한번 날려주시는 맥스 페인
형사가 아니다. 음유시인이다.

 

 이 어두운 다크 판타지의 주인공인 맥스 페인은 형사라고 하기엔 너무 시적인 인물이다. 뉴욕의 형사라는 전통적인 헐리우드 영화의 클리셰와 비교하기에는 너무나 감수성이 풍부한 인물이라고나 할까… 게임의 전반을 지배하는 맥스 페인의 냉소적인 독백은 그가 겪는 고통과 고난을 곱씹는 느낌이 든다. 

 발키리는 원래 용사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날개 달린 소녀였지만. 발할라 브로젝트로 만들어진 마약 발키리는 그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게임의 후반부 치사량의 발키리를 복용한 맥스 페인은 환각 속에서 기분 나쁜 여행을 한다. 여기서 맥스 페인이 환상 혹은 환각 속에서 마주치는 악몽의 세계 또한 독특한 초현실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다시 가족이 죽은 악몽 같은 상황과 마주하고 자기 자신을 죽이는 환상과 마주치면서 맥스 페인은 자신이 왜 고통과 고난 속에서 허우적대는지 그 고통을 끝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을 죽이는 소름끼치는 악몽이다.
약빨고 강해진 맥스 페인

 

 환각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린 맥스 페인은 발키리 때문에 자신의 몸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결국 발키리는 맥스라는 용사를 복수의 결말로 이끈 것이다.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맥스 페인은 마지막 원흉을 처치하기 위해 에이시어의 빌딩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세계 대전도 일으킬 만한 무기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고통과 고난 속에서 몸부림 친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맥스 페인>의 시스템은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영화 같은 게임은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게임의 '불렛 타임’은 실제 게임의 플레이의 일부이며 영화보다 멋진 예상치 못한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다.  (정말로 영화 같은 게임은 필요 없다. 명작게임은 항상 그런 진리를 가르쳐 준다.)

 한 순간 눈 앞의 모든 것이 멈춰버리면서 총알이 총구에서 발사되어 목표물을 저격하기까지의 묘사,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것을 세세하게 묘사하는 사실주의, 가까이에서 본 맥스 페인에게는 고통과 고난이었지만 멀리서 바라본 우리에게 이 게임은 하나의 사실주의적 판타지였다.

또 다른 발키리 '모나 색스'

 

 ‘발키리’라는 마약을 만든 ‘발할라 프로젝트’, 그 프로젝트의 비밀을 담은 미육군 육군 일급비밀 ‘이그드라실 네트워크’, 발키리를 복용하고 미쳐버린 갱이 기다리고 있는 술집 ‘라그나로크’ 게임 <맥스 페인>은 흥미롭게도 이 북유럽신화의 이 키워드들을 게임의 설정으로 활용하고 있다. 맥스 페인은 비극적인 판타지의 영웅이다. 그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발키리는 결국 그를 다시 복수의 끝으로 이끌었다. 맥스 페인의 조력자인 ‘모나 색스’ 역시 어쩌면 또 다른 발키리였을 지도 모른다. 마지막 자신을 승자라고 생각하는 맥스 페인은 플레이어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짓는다. 물론 진정한 비극 속의 승자는 맥스 페인이었다. 그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음모의 흑막 알프레드 우든, 그는 사실...
맥스 페인과 순간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던 건 기분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