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 게임

<Grand Theif Auto> 시리즈 : 규칙을 파괴하는 문명과 야만의 충돌

WONO.ONE 2011. 2. 12. 19:17
 

 <GTA>시리즈는 게임이라는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는 걸작이다. 게임과 같은 서브켤쳐를 혐오하는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물건인과 동시에 그 누군가에게는 스트레스해소를 위한 폭력에 대한 욕구를 분출하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일 것이다. 시리즈 대대로 반사회적인 일을 하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이 게임은 유저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조직폭력배들이 등장하는 느와르이지만, 그 암흑가의 항쟁과 조직간의 암투보다, 디지털세계속에서 행동에 대한 극한에 가까운 자유도의 쾌감으로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게임의 기본적인 틀은 의뢰인들에게 임무를 받고 그리고 그 임무를 해결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이 범법행위인 이 임무해결과 그 스토리를 떠나서 거대한 도시를 만들고 그 도시에 만들어진 존재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벌어지는 행동의 자유는 샌드박스게임의 시초와도 같으며, <GTA3>부터 3D로 제작된 이 후 완성도의 정점을 찍고 있다.


 게임속에서 현실과도 가까운 시각적 완성도를 이륙하면서 이 게임의 보여주는 폭력성은 점점 극대화되면서 게임이 유발하는 현실에 폭력에 대한 다양한 논쟁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 폭력은 이 게임의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지만 그런 폭력성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나는 이 게임이 보여주는 규칙의 역발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모든 게임에는 규칙이 있다. 규칙을 지키느냐 어기느냐 달성하느냐 미달에 그치느냐에 따라, 엔딩과 게임오버의 갈림길에 선다. 하지만 <GTA>시리즈의 규칙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사회의 규칙이 적용된다. 교통법규에서 부터 상해, 살인, 강도, 절도 등등 보통 우리의 사회를 지탱하고 치안유지를 위한 바로 그 규칙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보스에게서 임무를 하달받고 차를 타고 거리를 달리다보면, 다른 게임들 처럼 게임을 위한 장소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규칙을 지키면서 게임을 진행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문명'의 규칙이 시뮬레이션된 공간속에서 게임을 진행하다가 보면 많은 장애물과 마주친다. 시간은 없고 차는 고물이며 총알은 부족하다. 상대편 조직들의 히트맨이 달려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비명을 지르고 싶어진다. 이 상황에서 방해꾼이 된 일반시민의 입장을 생각할 리가 없는 게이머는 결국 단시간에 목적지에 닿기 위해 도로로 질주하고 결국 교통사고를 일으킨다.


 이런 규칙을 어기면서 도시의 치안권력은 주인공을 주목하기 시작하고 시민들은 도망치고 앰블란스가 출동한다. <GTA>시리즈는 게임속에 마련된 규칙을 플레이어가 어기도록 충돌질 한다. 결국 시민의 적이 되는 순간, 사회와 유사한 규칙의 벌칙이 내려지지만, 오히려 이 게임은 더욱 재미있는 양상을 뛰게 되는 것이다. 즉 <GTA>시리즈는 플레이어를 규칙을 어기라고 충동질한다. 그리고 규칙을 어기는 벌칙으로 새로운 스테이지로 플레이어를 던져 놓음으로서 규칙의 개념을 바꿔놓고 있다. 규칙을 어기면 더 어려운 스테이지의 문을 여는 패널티는 다른 게임에서도 흔치 않을 것이다. 


 또한 이전의 게임의 영웅들이 마음대로 행사하던 무력에 일반시민들이 휘말리면서 잔인하기 짝이 없는 폭력으로 바뀌는 <GTA>시리즈는 마치 지금 까지 게임속에 펼쳐졌던 악을 처단하는 정의의 무력시위가 사실은 야만적인 해결책이라고 조소를 던지고 있는 느낌도 든다. 어차피 <Grand Theif Auto>시리즈를 포함해서 모든 게임의 주인공은 결국 플레이어다. 버튼을 누르고 캐릭터와 동화되어 정의라는 명분아래 폭력을 행사하지만, 명분이 무의미한 범죄의 세계에서도 플레이어는 당연한 듯이 폭력을 행사한다.


 주인공들 중에 가장 악인에 가까웠던 <Grand Theif Auto : VICE CITY>의 토미 버세티는 게임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종족 '용자'들의 가장 반대편에 서 있는 존재다. 그는 게임속에 존제하는 폭력이 현실의 규칙과 충돌하는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GTA : Vice City Stories>의 주인공 빅터 밴즈는 어쩔 수 없이 범죄자가 되지만 어정쩡한 위선자에 가까웠으며, <GTA : San Andreas>의 CJ의 목적은 자신이 사는 거리의 마약거래를 근절시키는 것이었다)


 게임 속의 영웅들은 게임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육구불만의 고통도 감소해야 한다. 자신의 욕구를 바로 해소할 수 있었던 시절은 아직 인간이 문자도 알 수 없었던 머나먼 야만의 시대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Grand Theif Auto>시리즈는 느와르액션어드밴쳐이지만, 동시에 야만과 문명의 충돌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고 있다. 올바른 인성을 가지고 있는 지성인에게는 게임의 폭력을 절대로 현실에서 따라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교과서와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욕구불만을 해소하지 못한 이 세상의 바보들에게 자신들을 최악을 상황으로 몰아넣은 가장 만만한 핑계거리가 되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이 걸작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