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S RO DAH!
가장 멋진 인생은 무엇일까? 명문대에 입학하여 해외 대학원에서 석사과정, 다양한 활동 끝에 국내 최고의 대기업에 입사한다. 생각만 해도 멋진 인생이다. 이런 과정을 위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키워야 할 스킬트리는 뭐가 있을까? 우선 국영수 중심으로 퍽을 찍고, 제2외국어는 기본일 것이다. 게다가 토익트리를 거의 만점에 가까이 채우고 외모 매력에 대한 패시브 시킬을 늘려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외국어 유학과 다양한 인턴활동이라는 업적달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한국사회에서 개인의 육성에 대한 스킬 트리가 있다면 이런 것이 정석트리가 될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활동을 하거나, 선을 볼 때, 혹은 누군가에게 지금까지의 인생을 평가받을 때 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이런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를 것이다.“캐릭터를 잘 못 키웠군요”
게임 <스카이림>은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평가 해야 하는 게임일까? 평가?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이 걸작을? 이 게임에 완벽하게 매료된 나는 내 마음속에서 함부로 이 게임을 비난할 수 없을 만큼 스스로 불가침영역을 만들어 버린 느낌이 든다. 평가? 내가 어찌 함부로 이 위대한 대작을 평가한단 말인가! (오오 베데스타여! 이 불경스러운 신자를 용서하소서!) 하지만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어떤 면에서 차근 차근 드래곤 본의 피를 이어받은 한 카짓의 인생을 곱씹어보자, 나는 <스카이림>이 정석트리로부터 자유로운 게임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스카이림의 주인공의 기본이미지 풀어해친 노랑머리의 노르드
장 폴 사르트르 선생께서 말씀하시길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말씀하셨다. <스카이림>에서 인생을 시작한 플레이어는 인스톨로 시작하여 게임을 그만 둘 때까지 (엔딩이 아니다) 수많은 선택과 마주치게 된다.
미안하게 됐네, 자네의 유해는 꼭 엘스웨이르로 돌려보내겠네... //미안하면 풀어줘 이 미친놈아!
주인공(그 때 당시 나는)은 국경지대에서 제국군에게 잡혀 헬겐이라는 마을로 끌려가고 있었다. 제국군 장교 하드바는 주인공을 살려줄려고 하지만, 그의 여자 상관은 수상하다는 이유로 사형을 명한다. 사형집행자의 도끼가 주인공(나)의 목을 치려는 직전 거대한 드래곤 알두인이 마을 헬겐을 습격하면서 탈출하게 된다. 여기서 주인공은 스톰클록의 일원인 랄로프를 따라갈 수 있으며, 제국군 장교인 하드바를 따라갈 수 있다. 여기서 부터 하나의 선택이 시작된다. (랄로프를 따라가면 주인공을 처형하려고 했던 제국군 여장교를 토막 낼 수 있다.)
헬겐을 쑥밭으로 만드시는 사악한 드래곤 알두인씨 결국 자신을 죽일 영웅을 풀어주는 우를 범한다.
(뭐야 이건...)
플레이어는 사용하는 무기를 선택하고, 퀘스트를 해결하면서 그 해결방식 자체에 대한 선택을 하게 된다. 선이냐 악이냐 뱀파이어가 되느냐 늑대인간이 되느냐와 같이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는 스토리상의 선택은 이 게임에 극한의 몰입을 이끌어 낸다. 자신이 황제가 되기 위해 암살단에 황제암살을 의뢰했던 남자를 죽이는 것도 자신의 선택이며, 남편에게서 도망쳐, 산적두목이 된 여자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도 자신의 선택이다.
하지만 <스카이림>에서 선택은 그 뿐만이 아니다. 당신은 어떤 무기를 사용하고 싶은가? 아니면 마법사가 되고 싶은가? 화술의 달인이 될 수도 있고, 스네이크 뺨치는 잠입의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필요한 아이템을 가벼운 소매치기로 빼돌릴 수도 있다. 재련술의 달인이 되보는 것은 어떤가? 아니면 연금술사가 되어 수많은 잡동사니로 마법의 약을 제조할 수도 있다. 어떤 특기를 가지던 모두 당신 마음이다.
내가 대화를 통해 일을 해결하려면 화술을 올릴 수 있다. 양손검을 자주 사용한다면, 나는 점점 더 강한 양손검의 전사가 될 것이며, 적을 상대할 때 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언젠가 명사수가 되어 있을 것이다. 동굴에서 모은 광석으로 수많은 무기를 만들다 보면 최강의 데이드릭 세트를 입고 위풍당당한 자태를 자랑할 수 있게 된다. 당신이 어떤 퍽을 찍던 어떤 스킬 트리를 완성하건, 노력한 만큼 대가가 주어질 것이다. 특정 무기나 기술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구성되는 스킬트리는 게이머로서의 경험에 따른 학습과 결합되면서 극강의 몰입을 선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스카이림>을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정석트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석트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정석트리를 신봉하는 플레이는 게임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며, 몰입을 감소시킨다. 모 온라인게임을 할 때 조금이라도 더 큰 데미지를 주기 위해 내 파티원의 눈치를 보면서 나의 스킬트리를 변경한 일은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정석트리가 보편화된 게임일 수록 게이머는 게임이 아닌, 다양성이 소멸된 무한경쟁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스카이림>에서 정석트리가 필요 없는 이유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어떤 방법이든지 책임을 질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나는 <스카이림>의 세계 속에서 내가 어떤 퍽을 찍었던 정석트리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순간 진행이 막혀버리거나, 불리해지는 것을 본적이 없다. 어떤 스킬트리를 만들던 (플레이어가 미쳐서 정말 이상한 스킬트리를 구축하지 않는 이상) 항상 방법은 존재한다. 하나의 요새를 습격하기 위해 방법은 여러 가지다. 바로 자신의 스킬트리의 형태에 달려있는 것이다.
<스카이림>이 극한의 몰입감을 주는 이유는 그 외에도 이 게임의 디자인이 주는 당위성이다. 스카 이림의 건물과 복식 그리고 자연경관은 실제 고대 유럽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성주와 귀족에서부터 마을의 상인들과 여관주인들까지 마치 예전에 존재했던 것을 같은 느낌을 준다. 일본RPG에서 볼 수 있는 비키니를 입은 여검사라던지, 괴력의 마법소녀 같은 것은 없는 세계다. 이런 디자인은 이 세계에 대한 당위성을 만들며, 드래곤이나, 팔머의 서식지, 드웨머의 고대기지를 마주칠 때 그 시각적 충격은 더욱 배가 된다. RPG에서 이런 경험을 바로 ‘모험’이라고 하지 않을까?
사실 <스카이림>도 많은 문제점을 지닌 게임이다. 버그가 흘러넘처 순간 게임진행이 되지 않는 숨막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에스번 할베와 실배핸드 떨거지들) 스토리도 헛점이 많으며, 인터페이스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명작으로 추앙 받는 이유는 누군가의 눈치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의지로 자신이 원하는 스킬 트리를 완성할 수 있는 자유도에 있다고 본다. 그 자유로 인해 <엘더스크롤 5 : 스카이림>은 사회가 전국민에게 똑같은 스킬트리를 강요하는 거지같은 현실보다 더욱 멋진 인생을 은유하며, 내 이력서를 보고 침을 뱃는 인간들을 비웃을 수 있게 해준다. 현실에서 타인의 스킬트리가 정석트리가 아니라고 하는 아니 그 인생의 정석트리를 정의하는 위정자들이 우리의 인생을 얼마나 지루하게 만드는가? 혹시 게임 속에서도 그런 타인이 있다면 그 게임은 정말 재미없는 게임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게임에서 누군가가 당신의 캐릭터를 보고 캐릭터를 잘못 키웠다고 하면서 정석트리를 들먹이는가? 혹은 취업시장에서 만난 면접관이 당신의 이력서에 찍힌 퍽을 보고 눈쌀을 찌뿌리는가? 혹시 그들이 당신을 보고 캐릭터를 잘못 키웠다고 하는가?
그렇다면 그 새끼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라. 게임과 인생에 정석트리는 없다. 단지 그는 당신 만이 가진 스킬트리의 가치를 알지 못할 뿐이다. 그들과는 전혀 다른 스킬트리를 가지고도 멋진 인생을 즐기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스카이림>에서도 현실에서도 말이다.
나이트마더의 말씀을 전하는 다크 브라더후드의 리스너 공포의 쌍도끼 박카짓씨 던가드 요새에서 잠시 동료 나지르 옆에서 한컷
PS.1
던가드 시나리오 까지 끝나고 다크브라더후드의 요새에서 한 컷을 찍었다. 든든한 동료 나지르가 나를 신의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아주 피냄새가 진동을 하는 군, 존경하네! 리스너!)
PS.2
지금 나는 이 게임의 다음 DLC를 기다리고 있다. 나지르의 말처럼 다시 다크브라더후드가 일어날 수 있도록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한번 이 멋진 인생에 뛰어들고 싶다!
(그러니까 빨리 DLC내달란 말이에요 현기증난단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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