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봤을 때 게임의 주인공 제이슨은 결국 죽거나 PTSD에 걸려 폐인이 되었을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참전용사들도 전쟁이 끝난 후 정신적인 후유증을 겪는다. 아무리 전직 운동선수라고 해도 군사훈련을 받아본 적 없는 대학생이 인간 백정이 되어나가는 과정은 납득하기 힘들다.
하지만 <파 크라이 3>는 탄탄한 시스템 자체가 개연성이 되고 있는 게임이다. 완성도 높은 시스템은 게이머 개개인의 성향을 반영한 다양한 작전을 짤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잠입도 좋다! 육탄전도 좋다! 당신은 이 섬에서 조용한 암살자도 시끄러운 람보도 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제이슨의 모험은 B급 영화에 어울릴만한 스토리지만 게이머의 체험으로서는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게이머가 무기와 스킬과 같은 전투 요소에 익숙해질 무렵 제이슨 역시 서서히 광기에 물들에 된다. 그리고 제이슨이 더욱 광기에 휩싸일수록 게이머는 게임에 더 몰입하게 된다. 제3세계의 정글, 주술을 통한 환각, 강렬한 악역과 같은 요소들은 시각적으로도 게이머와 제이슨의 동기화를 서서히 부추긴다. 이 외적 요소들은 마치 게이머가 몰입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광기란 건, 알다시피, 중력 같다! 살짝 밀어 주기만 하면 된다! (You see, madness, as you know, is like gravity! All it takes is a little push!) 시나리오적 요소들은 너무 과하지 않은 선에서 살짝 밀어주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그 결과 게임의 후반부 목숨을 걸고 구해낸 친구들이 제이슨의 광기를 보고 기겁할 때는 게이머인 나조차도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파 크라이 3>의 세계는 게임 그 자체와 닮아있다. 게이머는 게임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신분과 새로운 힘을 얻는다. 최종적인 목표를 해결했을 때 그 세계에 남는가? 혹은 현실로 돌아가는가? 선택을 하게 한다. 마치 엔딩에서 남을 것인가? 떠날 것인가? 선택을 해야 했던 제이슨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게임은 장르에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다 다를 수밖에 없다. <파 크라이 3>는 오픈월드 FPS 게임을 만들기 위한 교과서적인 형태를 제공한다. 무엇이 몰입을 이끌어내는가?에 대한 물음에 가장 적절한 해답을 만든 제작진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PS.1 게임에서 제이슨을 라키아트 부족으로 끌어들린 인도자 데니스는 제작진의 인터뷰에 의하면 하드코어 게이머라고 한다. 제이슨이 게임을 끝내려고 할 때 분노하는 그를 보면 게임이 아닌 '서버'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는 굿 엔딩 이후 새로운 게임을 찾아 떠났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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