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와 최적화문제를 제외한다고 할지라고 <사이버펑크 2077>이 오픈 월드 액션 RPG로서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투, 인터페이스, 상호작용, 인공지능, 편의성 등등 거의 대부분의 요소들의 완성도가 떨어지며, 동시대 오픈월드 게임과 비교해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설적인 명작 <뉴로맨서>의 저자 윌리엄 깁슨은 발매 전 트레일러 영상을 보고 "<사이버펑크 2077>은 'GTA'에 1980년대 복고 미래풍 스킨을 씌운 것에 불과하다"라고 평가했지만 나는 반대한다. 이 스킨을 벗겨버린다고 할지라도 GTA 시리즈에 <사이버펑크 2077>을 비교한다는 것은 락스타 게임즈에게 실례이기 때문이다.
일부 사이드퀘스트는 매우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CDPR의 홍보와는 다르게 평범한 수준이다. 나는 꼭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 유기적으로 살아숨쉬는 오픈월드가 명작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이버펑크 2077>의 시나리오의 문제점은 꼭 사이버펑크라는 장르가 아니어도 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에 있다. 몇몇 장면에서는 이 게임 특유의 뽕을 채워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2023년식으로 즐겨보자고!) 하지만 <사이버펑크 2077>의 스토리는 기술만능주의에 대한 비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인간의 존엄성 문제, AI의 문제 등 정치적인 메시지와 진지한 담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게임의 스토리를 관통하는 바이오칩 렐릭을 통한 영혼불멸의 삶은 게이머들이 살고있는 현실의 담론과는 동떨어져 있다. 즉 과거의 사이버펑크 문학이 미래에 대한 열망과 두려움 이야기했지만 <사이버펑크 2077>은 지극히 평범한 SF 액션물에 머물러있다.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도 문제가 있다. 초반부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너무 빨리 퇴장시키거나, 재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재키와 같은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어렵다. 메가코프로 인해 나이트시티의 무고한 사람들이 어떻게 고통 받는지 설득력 있게 묘사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을 증오하는 조니에게도 공감하기 어렵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조니는 테러리스트, 브이와 재키는 좀도둑, 아담스매셔는 그냥 자기 할 일 한 대기업 정직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라사카라는 거대악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 V에게도 감정이입을 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사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사이버펑크 2077>를 둘러싼 논란과 사건사고는 매우 사이버펑크스러웠다. 마케팅은 거짓말로 점철되어 있었으며, 제작진들은 크런치 및 열정페이로 고통 받았으며, 예구실적을 올려준 수많은 게이머들은 컴퓨터 앞에서 뒤통수를 맞았다. 그리고 CD PROJEKT 임원진들은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기업이 노동자들을 소모하고 소비자들을 기만했다. 이 모든 과정은 대부분 실물이 아닌, 디지털신호를 통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졌다. <사이버펑크 2077>은 사이버펑크로서는 실패했지만 현실에서는 사이버펑크를 일부 재현한 샘이다.
참고로 나는 2회차를 마쳤고 모드 깔고 3회차도 하고 DLC도 살 생각이다. 아! 물론 DLC는 할인하면 살 예정이다. 내가 병신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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