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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컴 : 에너미 언노운> : 최악의 상황에 처한 지휘관의 고뇌

WONO.ONE 2021. 9. 12. 13:22

 

 

이 웬수같은 새끼들... 사랑한다....

 

 아직 사회생활을 해보지 못한 청년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것은… 자신의 직함에 ‘장(長)’이 붙는 순간 자신은 인생의 승리자가 되고 모든 것이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국민 총생산에 기여하는 회사일 수록 그 회사의 리더들은 회사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좌측에 있는 젊은이들은 뒷짐지고 사무실 책상 사이를 어슬렁 거리는 대기업 중역들을 마치 약자를 억압하는 기득권층의 대표적인 표상으로 여길테지만, 사실 그들의 삶도 만만치 않다. 기득권 위에는 또 다른 기득권이 엄청난 책임을 그들에게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액의 연봉은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회사생활 할 때 가장 짜증나는 상황은 그런 리더들이 일을 결정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결정에 대한 질문을 할 때 였다. 나는 그런 결정을 할 만한 권한이 없다. 그런 결정은 리더가 해야하며 동시에 책임을 지어야한다. 마치 소작농에게 거들먹 거리면서 세금을 걷는 중세시대 귀족처럼 신사업이나 문제 해결에 대한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가 그 리더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차라리 일을 밀어붙이는 독불장군이 더 유능할 것이다.

 한정된 시간, 한정된 자원으로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는 것, 그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경영은 어려운 것이다.

 시스템의 완성도가 높을 수록 몰입감은 증가하고 게이머의 감정과 게임 속 주인공의 감정은 동기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엑스컴 : 에너미 언노운>은 결코 즐거운 게임은 아니다. 적들은 무자비하고 아군은 무능하다. 최정예 병사들은 군미필이 아닐까 할 정도로 사격실력이 개판이고 수뇌부들은 이것 저것 손을 벌리고 무리한 요구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 나는 최고 책임자이지만 복지혜택이나 커피 타주는 비서와 같은 복지혜택은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최고 책임자로서 더 많은 상관들과 줄다리기를 해야한다. 그만큼 병사 개개인에 대한 애착도 높아지며 마지막 승리에서 상상을 초월한 승리감을 안겨준다.

 한정된 자원 한정된 시간속에서 지휘관으로서 사명을 다한다는 것이 결과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엑스컴 : 에너미 언노운>은 시뮬레이션 게임의 모범이다. 

 

 엔딩 이후 하나의 질문이 오랫동안 머리를 맴돈다. '나는 쓸만한 리더가 될 수 있을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