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사냥꾼 가르시아 핫스퍼는 너무 많이 악마를 죽인 나머지 플레밍이라는 악마에게 미움을 산다. 플레밍은 가르시아의 여자친구 파울라를 납치하여 지옥으로 도망치고 그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 동료이자 무기 존슨과 함께 지옥으로 몸을 던진다.
게임의 판매량이나 동시접속자수, 인기순위 등을 통해 1등과 2등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취향을 떠나서 한 크리에이터가 완성한 그 만의 작품세계는 함부로 등수를 매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가장 위대한 장르의 게임 순위를 뽑는다면 세련된 것이던, 천박한 상관없다. 그 두가지를 모두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스다 고이치는 고상한 척 하면서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 그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의 게임은 천박하면서도 세련된 멋이 있다. 물론 그의 취향을 이해하고 있는 ‘동조자’에 한해서 말이다.
그것을 다른 말로는 'B급 감성'이라고 부를 것이다.
게임 <섀도우 오브 더 뎀드>는 음담패설로 쓰여진 단테의 신곡의 펑크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위대한 문학작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바탕 게이머를 즐겁게 해주고 마지막에 숙연하게 만들어주는 묘한 느낌을 준다. 실컷 웃고 즐기고 죽이고 터트리고 짓밣고 박살낸 후 묘한 여운을 준다.
히스페닉 억양의 영어로 욕설을 내뱉는 악마사냥꾼 가르시아는 복장에서부터 폭주족 양아치 같은 느낌을 준다.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말하는 흉기 ‘존슨’은 상남자인 가르시아가 적에게 휘두르는 남자의 무기다. 악마들의 홍등가에서 지옥의 성인클럽에 전화를 건 존슨은 크고 아름다운 빅 보너(Big boner)로 변신한다. 보너(boner)라는 단어의 의미(발기)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존슨은 남성의 성기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옥에서 존슨을 휘두르면서 지옥에서 악마들을 도륙하다 보면 솔직한 이야기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섹스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이자 악마사냥꾼 가르시아가 그런 더러운 생각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연인 파올라에 대한 사랑의 서약을 목 둘레에 문신으로 새길 정로도 격하게 파올라를 사랑하는 하드코어 로맨티스트다.
그렇게도 남자주인공이 사랑하는 히로인이지만, 이 게임에서 파올라의 행복한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속옷을 입고 지옥에서 패션쇼를 펼치는 이 히로인은 동종업계(붙잡힌 히로인)의 대선배인 피치 공주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고통과 고난 속에서 허우적 된다. 스다 고이치에게 아름다운 여자가 고통 받는 것을 즐기는 사디스트 적인 취향이 있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게임 <섀도우 오브 더 댐드>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마치 더러운 싸구려 술집에서 기름진 안주와 독한 술을 마시면서 남자들끼리 낄낄거리면서 음담패설을 주고 받는 느낌이다. 난 개인적으로 이런 솔직한 술자리를 좋아한다. 여기서 남자들끼리 솔직한 대화를 주고 받을 때 누군가 마치 공자님 제자처럼 점잔 빼는 소리를 짓거리면 아까 먹은 안주가 다 올라올 것 같은 구역질을 느낀다. <섀도우 오브 더 댐드>는 남자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거대한 음담패설의 모험담이다. 이 안에서 아닌 척하는 위선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 미녀를 손에 넣기 위해서 자신의 존슨을 꺼내 들고 싸워야 한다. <섀도우 오브 더 댐드>는 육편이 난무하고 악마가 달려드는 지옥을 통해 게이머를 충분히 '발기'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섀도우 오브 더 댐드>의 음담패설은 술자리에서 처럼 마냥 즐겁게 끝나지 만은 않는다. 마지막 엔딩에서 스다 고이치는 게이머들의 뒷통수를 친다. 플레밍을 물리치고 남자 가르시아는 파올라를 구출해내고 그녀를 따뜻하게 포응한다. 그리고 그의 품에 안긴 파올라는 갑자기 그의 목을 조르면서 그를 집어삼킨다. 기괴한 공간에 떨어진 가르시아를 향해 파올라는 저주를 퍼붓는다.
“가르시아 왜 날 구해주지 않았어? 왜 날 위로해 주지 않았어? 왜 내가 매번 죽게 내버려 준거야? 이유를 말해봐. 정말로 나를 사랑한다면 왜 나와 같이 죽지 않은 거지? 왜 나 홀로 고통 받게 한 거야?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여? 왜 나보다 데몬이 먼저야? 당신 때문이야. 내가 왜 당신 때문에 고통을 받아야만 하지? 나는 어떤데? 내 자유는 어디 있어!!
“파올라 용서해줘”
“어림없어”
게임 속에서 존슨은 죽은 자들의 왕을 모욕한 한 여성 악마 사냥꾼의 이야기를 들려둔다. 플레밍은 그 여성 데몬헌터 즉 파올라를 자신의 부인으로 삼고 몇 번이고 자존심이 강한 그녀를 죽여서 만족을 느꼈다. 그리고 가르시아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파올라를 빼내서 집으로 데려가 연인이 되었다. 플레밍과 가르시아의 싸움은 마왕과 용자의 싸움이 아닌, 한 여자를 둘러싼 두 남자의 쟁탈전이었던 것이다. 파올라의 원망은 가르시아 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스다 고이치의 음담패설의 동조자였던 게이머에게 까지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음담패설은 달콤하면서도 쓰디쓰다. 성경에 따르면 다른 여자를 보며 음란한 생각을 해도 그 여자를 범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남자는 죽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여자를 범하는 것일까? 가르시아는 체력이 다해 지쳐 쓰러진 파올라를 감싸 않으며 다시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겨우 한숨을 돌린 게이머는 플레밍과 싸우면서 플레밍처럼 되어버린 자기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독특하게도 이 게임은 그 음담패설에 동조한 게이머를 비난하면서도 마지막에 반성할 기회를 준다. 그 모습은 혼자 신사인척 하는 구역질나는 위선이 아니라, 연인에게 헌신하는 마초의 모습으로 나를 뒤돌아보게 한다.
<섀도우 오브 더 뎀드>는 유저 편의성에서 많은 아쉬움을 느끼게 해주는 게임이다. 특히 동영상 스킵문제와 2차 플레이에서 어떤 서비스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으며, (다행이 <롤리팝 체인소우>에서는 조금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도 좋지만, 저스틴과의 보스전이 횡스크롤 슈팅으로 표현된 것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불만이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스다 고이치만이 표현할 수 있는 그만의 ‘맛’이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을 입은 미녀와 지옥의 풍경은 어울리지 않은 두 가지의 부조화를 보여준다. 존슨과 가르시아는 끊임 없이 만담을 주고 받고, 갑자기 게임이 2D 횡스크롤 슈팅으로 변하면서 스테이지 연출의 변주를 보여준다. 여기서 스다 고이치만의 세계의 규칙이 발견된다.
붙잡힌 히로인의 괴로운을 표현해주는 파올라의 분노는 이 게임의 핵심과도 같다. 혹시 피치 공주가 그녀의 말을 들었다면 마리오와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을까? 파올라가 없었다면 가르시아 핫스퍼는 게임 속에 널리고 널린 단순한 마초에서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나고 파올라와 가르시아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행계획을 짜는 그들에게 괴전화가 걸려온다. 전화기 너머의 누군가는 소름끼치는 협박을 하고 창문 밖에는 더 많은 악마들이 가르시아를 노리고 있다. 가르시아는 힘차게 발기한 존슨을 들고 악마들을 노려본다. 이제 게이머는 자신의 여자를 지킬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제는 음담패설을 하면서 낄낄거릴 순간이 아니다. 존슨은 그런데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킬 수 있는 남자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제 현실로 튀어나가 가르시아처럼 사랑하는 여자를 지킬 수 있는 남자라는 것을 증명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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